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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여진 사랑, 영화 <undo>

2 박맨구 0 307 0

"결국 우리들은 묶여 있었던 것일까, 풀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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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자는 처음에 강아지를 갖고 싶어 했다. 여기서 여자는 이미 외로움을 간직하고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여자와 남자가 사는 곳은 강아지를 키울 수 없기 때문에 남자는 강아지 대신 거북이를 선물해 준다.

한 마리에만 등껍질에 줄을 묶어 마치 강아지를 목줄에 묶어 놓은 것처럼 산책을 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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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치과에서 교정기를 빼고 와서 남자와 키스를 한다. 교정기는 최소 2년 정도 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도 그만큼 오래된 커플일 것이다.

그러다 남자는 “쇠 맛이 안 나.”라고 하며 키스를 멈춘다. 이때 여자는 자신을 묶고 있던 교정기가 없어짐으로써 남자가 자신에게 사랑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조급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또한, 남자는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있다. 남자가 타자를 두드리고 있을 때 여자가 말을 걸며 외로움을 표출하지만 남자의 무신경한 태도에서도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갑자기 여자는 거북이와 사과를 시작으로 집에 있는 물건들을 죄다 묶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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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묶는 장면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보통 일반적인 사과를 생각하면 빨간색 사과를 떠올리지만 이 영화에서 사용한 사과는 덜 익은 사과라고도 하는 초록색의 풋사과였기 때문이다.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고 한다. 3, 900, 2개월 등 각자가 말하는 유효기간은 제각각이지만 영원한 사랑이 없는 건 맞는 말인 것 같다.

풋사과를 사랑에 비유하자면 여자는 풋풋했던 초반의 미완성적인 사랑을 잃기 싫어서 풋사과를 초반에 묶지 않았을까.

여자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남자는 여자를 병원으로 데려가고, 의사는 여자의 증상을 강박성 긴박 증후군(일종의 사랑병)이라 정의했다.

병원을 다녀오는 언덕에서 여자와 남자는 '뒤엉킨 전깃줄' 아래에서 키스를 나누고, 그 주변을 '엑스 자 서스펜더'를 한 어린아이들이 지나간다.

택시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도 남자는 여자에게 여행 이야기를 꺼내는데, 자유로움의 상징인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도 '택시 안의 철장'을 남자와 여자의 모습과 겹치게 보여주면서 이 커플은 무언가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 무언가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여자가 무언가를 묶는 행동은 사랑을 붙잡기 위한 발악이다.

예시로 교정기를 다시 한 것과 "기다림을 묶고 있어.", "우리들의 사랑을 묶었어."라는 대사가 있다. 여기서 초반에 등장했던 거북이의 의미를 다시 되짚어볼 수 있다.

거북이의 줄은 한 마리에만 묶어져 있다. 줄에 묶여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거북이는 사랑에 속박되어 있는 여자, 또 다른 거북이는 여자와 반대인 남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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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성 긴박 증후군의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는 여자는 또다시 병원을 찾게 되고, 의사는 여자를 묶어두면 어느 정도 안심할지 모른다며 한 번 시도해 보라고 한다.

남자는 여자를 계속해서 묶지만 여자는 "제대로 묶어줘."라는 말만 반복한다.  왜곡된 사랑의 마지막 발악이다.

아무리 묶어도 만족을 하지 못 하는 여자에게 화가 난 남자는 결국 술을 뿌리고, 벽을 드릴로 박아서 묶을 만큼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러한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실 여자는 처음부터 묶는 행동을 자발적으로 했던 것이 아니다.

여자가 뜨개질을 하던 장면에서 실이 손에 묶여져 "이게 안 풀어져"라고 말했고, 이 상황에서 여자는 자신이 사랑에 얽매여 있는 건 타인에 의해서, 즉 남자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묶어달라는 말의 의미는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든 만큼 나를 더 붙잡아달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벽의 구석에 여자를 묶은 남자는 여자에게 초반에 나왔던 풋사과를 먹도록 한다.

풋사과를 잃지 않기 위해 끈으로 묶기도 했던 여자가 그 사과를 씹어 먹는 모습을 통해 이들의 사랑의 유효기간은 끝이 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자의 마지막 발악도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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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쳐 잠에 들었다가 깬 남자는 밧줄로 묶여있고 여자는 없어졌다.

여기서 제목의 의미를 되짚어보자. undo 뜻은 (잠기거나 묶인 것을) 풀다, 원상태로 만들다. '풀어서 원상태로 만들다'라는 의미로 해석해 보면

여자는 둘의 사랑이 끝났음을 드디어 인정하고 사랑 혹은 남자에게 얽매이지 않았던 때로 돌아간 것이다. 더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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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들은 묶여 있었던 것일까, 풀고 있었던 것일까?"라는 남자의 마지막 대사에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드러난다.

끈으로 묶으며 사랑을 붙잡아 두려 했지만 묶으면 묶을 수록 오히려 사랑의 끈은 풀어졌다.

이 영화는 지나친 사랑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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